
줍는 사람을 넘어,
잇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해양환경 정화가 살아있는 교육이 되기까지

EDITOR. Jean
함께한 시간이 남기는 의미를 믿으며, 우리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잘 정리된 환경 활동가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게 아니었어요. 반려해변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는지, 그 ‘진짜 속사정’을 세상에 좀 알리고 싶었거든요. (이 귀한 걸 저만 알 순 없잖아요!)
그래서 서종숙 대표님께 연락드렸습니다. 포항에서 꿈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청소년들과 바다를 지키고,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 운영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계신 찐 현장 전문가시죠.
대체 어떤 마음이어야 그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매일같이 쓰레기를 줍고, 아이들 손을 잡고 해변으로 나갈 수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서종숙 대표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서종숙 대표님은 어떤 분인가요?
포항 꿈마을학교 대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청소년 심리 치료와 마음 나눔 활동에 집중했으나, 코로나를 기점으로 해안 환경 정화 활동을 모든 프로그램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현재 청소년 봉사단 운영, 포스코 봉사단 연계, 울릉도 환경 여행 기획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 운영위원회 부의장으로도 활동하며, 한국을 넘어 아이들이 더 넓은 시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어요.
전환점이 된 그 순간
코로나가 가져온 시선의 변화
코로나 이전의 서종숙 대표님은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일에 집중하셨습니다. 청소년, 선생님, 어르신, 군 장병들까지. 많은 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심리 치료 활동이 대표님의 주 무대였던 거죠.
그러다 코로나 시기를 겪었습니다. 사람들이 멈추고 세계가 조용해지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셨대요.
사람의 마음을 나누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환경이 눈에 들어오신 거죠.
“
코로나가 저희한테는 해안 환경에 대한 전환점이 됐어요.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자연 환경이 확연히 달라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숨 쉬는 환경은 좋아졌는데 일회용품은 오히려 더 많아지고. 그때 바다에 쓰레기가 점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포항은 바다와 가까운 도시죠. 서종숙 대표님께 바다는 늘 놀러 가거나 구경하러 가는 익숙한 장소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쓰레기가 신경 쓰였던 건 아니었지만, 버려진 것들이 결국 해양 생물에게 아픔을 준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으셨던 거죠.
“
마음을 나누는 대상이 사람에서, 어떻게 보면 이렇게 작은 생물로까지 이어진 거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저는 마음을 나누는 대상이 더 넓어지면서 환경 활동을 시작하셨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누구나 처음부터 해변에 있는 쓰레기가 신경쓰이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거든요. 내가 추구하던 가치를 확장하며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큰 힘이 되었어요. 꼭 대단한 걸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지속할 수 있는 힘
학교에서 기업까지 이어진 ‘연결’
2022년, 서종숙 대표님은 바닷가 근처 중학교 교육 복지 선생님과 함께 해안 환경 정화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이전부터 심리 프로그램을 함께 해온 인연이 이어진 거죠. 바닷가 가까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해변 정화 활동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셨대요.
그러다 반려해변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영남권 코디네이터를 맡으며 활동의 판이 커졌습니다. 학교, 지자체, 기업 봉사단을 하나하나 직접 발로 뛰며 연결하셨죠.
그중에서도 ‘포스코 휴먼스’ 봉사단과의 인연이 가장 기억에 남으신대요. 장애우분들과 일반 직원들이 함께하는 이 팀과 구룡도 해변을 맡아 정말 열정적으로 활동하셨더라고요.
“
포스코 휴먼스 반장님이 워낙 적극적이고 재미있어서 정말 신나게 했던 것 같아요. 쓰레기를 정말 많이 주우면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서로 공감해 주고, 반려해변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으로까지 같이 연결되면서 그 관계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거든요.

꿈마을학교에 반려해변 지원이 끊기거나, 포스코 봉사단이 입양 기관 자격이 안 되는 어려운 시기도 있었대요. 하지만 2023년부터 포스코 봉사단과의 연결은 끊기지 않았죠. ‘반려해변’이라는 연결고리가 없어져도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학생들과 포스코 휴먼스 직원들이 함께 캠페인도 하면서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꼭 입양 기관이 아니더라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하고 연결돼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한 60명이 함께 활동했어요.
함께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고 연결하는 일이 쉽지 않잖아요?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이게 진짜 현장의 네트워킹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소통으로 연결되는 게 먼저 되는 게 중요하겠다는 걸 깨달았죠.
살아있는 교육, 해변정화
바다에서 몸으로 느끼는 수업
인터뷰 내내 대표님께서 교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의 활동에는 항상 청소년들이 함께하더라고요. 특히 2025년에는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아이들과 함께하며 ‘데이터플로깅 웹앱(caresea.app)’으로 쓰레기를 정량화하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되셨대요.
“
앱을 사용해서 활동을 하니까 아이들한테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더라고요. 어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지를 정량화해서 볼 수 있다 보니까, 쓰레기의 심각성이 더 몸으로 와닿는 것 같아요.
그리고 2025년 용한리 해변에서의 활동은 아이들이 쓰레기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대표적인 활동이었다고 합니다. 쓰레기가 정말 너무 많더라고요. 3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했는데도 왜 힘드셨는지 사진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을 아이들이 직접 경험한 후에는, 아이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해양 환경 이야기가 나왔대요. 중국어가 쓰여있는 쓰레기를 보며 바다가 다 연결돼 있다는 걸 느끼고 해변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고민하기 시작한 거죠. 아마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니 아이들에게 오래 남을 수 있었던 거겠죠?
서종숙 대표님께서도 쓰레기를 줍다보면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가 만들어져서 그게 참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
이론적이든, 영상을 보든, 머리로만 아는 게 아니잖아요? 실제로 몸으로 부대끼고 직접 쓰레기를 보고, 바다가 다 연결돼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하다 보니까, 아이들한테 많이 각인이 되어서 나중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까지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오더라고요. 이런 게 하나의 살아있는 교육이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이게 제가 청소년들하고 계속 하는 이유 같아요. 몸으로 느끼는 교육을 해주고 싶어서요.
대표님은 아이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 전시회도 열고 계셨어요. 아이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아이들의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 이름 하나하나를 넣어주신대요. 2023년, 2024년에 이어 올해도 전시회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아이들의 그림 엽서를 기업과 일반인에게 나눠줄 계획이라고 내용을 공유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깨끗해지는 해변을 보며 느낄 뿌듯함과 궁금증을 소중히 여기는 대표님의 세심한 마음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
전시회는 아이들이 활동하면서 한 것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서 의미가 있었어요. 아이들 이름 하나하나가 들어간 엽서를 나눠주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직접 해변에서 쓰레기가 깨끗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주신 부분을 보며 아이들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깨끗해지는 해변을 보며 느끼는 뿌듯함, ‘쓰레기가 어디서 오는걸까?’라는 새로운 궁금증, 이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니 참 좋겠다 싶었어요.
혼자가 아닌, 함께. 연결의 힘
혼자였으면 진작에 지쳤을 것 같아요
활동하며 지치는 순간이 없냐는 제 질문에 대표님은 솔직하게 “많이 있었다”고 답하셨어요. 해양 환경 관련 강의에 참여해보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기록하는 사람 중 실제로 행동으로 연결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 줍는 사람, 소비를 줄이는 사람이 있어야 변화가 생기잖아요? 서종숙 대표님께서는 그 움직임에 함께하고 계시는 거죠. 동료분들과 함께여서 지치지 않을 수 있는 거고요.

“
저는 혼자가 아니고 같이 하는 팀원들이 있어서 아마 더 힘겨움을 극복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없더라도 팀원이 학생들 데리고 활동에 참여하거든요.
같이 할 때는 같이 하지만, 각자의 역할에서 또 움직이니까 계속 지속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함께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고 연결하는 일이 쉽지 않잖아요?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이게 진짜 현장의 네트워킹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소통으로 연결되는 게 먼저 되는 게 중요하겠다는 걸 깨달았죠.
에디터의 뒷이야기
시스템의 완성은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서종숙 대표님과 이야기 나누며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지속 가능한 시스템’은 이미 현장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걸요. 함께 땀을 흘리고 마음을 나누며 단단한 연대를 이루고,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다하는 역할, 그리고 서로를 믿어주는 깊은 신뢰. 결국 시스템의 변화를 만드는 진짜 동력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인터뷰를 꼭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우리 곁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바다에 나가고 있는지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곧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단단한 뼈대라는 사실을 배운 만큼, 저희가 준비하는 시스템이 현장의 뜨거운 진심을 담는 든든한 그릇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한층 커졌습니다.

EDITOR. Jean
함께한 시간이 남기는 의미를 믿으며, 우리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