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해변 길잡이인물 탐구

바다는 나의 마당,
쓰레기는 내가 치운다

습지를 사랑한 관찰자가 바다를 치우는 사람이 되기까지

EDITOR Jean

EDITOR. Jean

함께한 시간이 남기는 의미를 믿으며, 우리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해양 정화’하면 어떤 활동이 떠오르시나요? 사실 저는 해변에서 집게로 쓰레기를 줍거나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수중 쓰레기를 줍는 정도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박성배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제 시야가 확 넓어졌습니다. 카약을 타고 습지에 있는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모습, 혹시 상상해 보셨나요? (정말 신박한 정화 방식이죠!)

박성배 대표님께 바다는 과거에는 단순히 취미를 즐기는 공간이나 업무를 위한 관찰 대상이었대요. 이제는 카약을 타다 쓰레기가 보이면 자연스럽게 줍고, 동료들과 시간을 보내는 ‘마당’이 되었고요. 오랜 대화를 통해 제가 마주한 대표님의 바다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박성배 대표님은 어떤 분인가요?

낙동강 하구 에코 센터 근무 시절에 카약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카약 플로깅을 시작하셨습니다. 현재는 사단법인 생태문화교육허브 봄 대표로, 생태 복지 확산을 위해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 센터장으로서, 누구나 쉽게 바다를 돌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만드는 데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특별한 이유 없이 시작된 길

처음에는 그냥 찝찝해서 시작하셨대요. 겉에서 보는 습지와 달리 안으로 들어갈수록 쓰레기가 정말 많아지거든요. 카약을 타고 을숙도 수로를 들어가면 뻔히 보이는 쓰레기를 그냥 지나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으셨던 거죠. 처음에는 치울 도구도, 방법도 몰랐지만 한 번 줍기 시작한 후로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카약 플로깅 현장
박성배 대표님

2016년, 낙동강 하구 에코 센터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습지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을까 해서 ‘카약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습지에 쌓여있는 쓰레기가 너무 신경 쓰이는 거예요. 그래서 참여자들에게 외쳤습니다.

자연이 우리한테 주는 것만 받지 말고, 우리도 자연에 뭔가 좀 합시다.

처음에는 대표님께서 자발적으로 카약 프로그램이 끝나갈 때쯤 참여자분들과 함께 줍기 시작했던 거예요. 근데 나중에는 아예 카약 프로그램 안에 ‘카약 플로깅’을 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카약 플로깅이 정말 신기했어요.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플로깅 방법이었거든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소음도 기름도 없이 노 하나로 움직이는 카약이 정말 찰떡 아닌가요? 습지를 있는 그대로 만나고, 습지가 잘 숨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으로 말이에요.

그래서 박성배 대표님께서는 더욱 카약 프로그램이 지속되도록 신경 쓰셨다고 합니다. 특히 대표님께 낙동강 하구에 있는 습지는 마당 같은 곳이었으니까요.

힘이 빠지는 순간

어제 치운 해변, 다음 날에도 똑같은 모습으로

2019년부터는 카약 플로깅 말고도 해변 정화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해요. 오륙도 앞 작은 해변에서. 한 달에 한 번, 생태문화교육허브 봄 회원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가끔 회의감이 들 때도 있으시대요.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뿌듯하게 돌아왔는데, 다음 날 다시 가보니 쓰레기가 똑같이 쌓여 있는 걸 마주할 때 말이에요.

특히 오륙도 바위틈에 녹아내린 촛농과 무속 행위의 흔적들을 말씀하실 땐 저도 마음이 정말 안 좋더라고요.

팀 정화 활동

오륙도가 영발이 있는 곳이라고, 뾰족한 바위 위에는 초를 늘 켜두더라고요. 굴섬 동굴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오랜 기간 그곳에 초와 향을 피워놓는 바람에, 동굴 천장은 시커멓게 변해버렸죠.

이런 걸 볼 때면 너무 안타까워요. 하지만 그렇다고 저희가 활동을 멈추진 않아요.
해변 정화 현장

그냥 하는 거예요. 이제는 관성이 생긴 것 같아요. 쓰레기를 줍는 핑계로 회원들 얼굴도 한 번 더 보고, 서로 안녕을 빌어주면서 그렇게 계속 나아가는 거죠.

버리는 사람을 어떻게 다 감당하겠어요. 우리가 줍는 모습을 보고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하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깨끗하게 치워둔 해변이 하루 만에 다시 쓰레기로 차면 허무할 것 같은데, 그럼에도 계속 활동을 이어 나가시는 게 존경스러웠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말씀하셔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환경 활동=좋은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핑계처럼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활동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답니다.

충격적인 해변의 모습 TOP 2

해변에서 가장 가슴 아픈 순간

사실 대표님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바다를 관찰해 오셨어요. 대학원 시절에는 스쿠버 다이빙을 즐겼고, 업무로 갯벌 조사를 수행하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물의 죽음을 목격하셨습니다. 강화도에서 혹등고래 사체, 서해안 상괭이 사체를 직접 마주하는 기억, 그리고 울산 고래연구소에서 부검한 돌고래의 배 속이 비닐로 가득 차 있던 장면들.

그날을 회상하는 대표님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짙은 슬픔이 묻어 있었어요.

해양 생물 피해
쓰레기에 갇힌 생물

얘들은 왜 이런 죽음으로 생을 끝내야 했을까. 쓰레기 더미 속에 엉켜 있는 생물들을 볼 때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이 들어요.

그물에 걸린 새들, 유령 어업 때문에 통발 안에서 죽은 물고기나 게. 이런 생물들이 쓰레기 더미 속에 있는 걸 보면 그게 좀 안타깝죠.

해변에서 죽은 생명들을 보는 것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면, 때로는 황당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대요. 대학원 시절 태풍이 지나간 낙동강 하구로 조사를 나갔을 때의 일이었죠. 갯벌 위에 냉장고와 TV, 심지어 소파까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는 거예요.

태풍 후 해변 쓰레기

집 안에서나 보던 것들이 바닷가에 그대로 있으니까, 무슨 드라마 세트장 같더라고요. 그 정도로 현실성이 없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바닷가에는 언제나 쓰레기가 엄청나게 많아요. 섬에 가면 특히 더 심하고요.

저는 아직 직접 해변에서 죽은 생물이나 가전제품을 보진 못했어요. 하지만 영상이나 ‘나 해변 정화 좀 해봤어.’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이 2가지 이야기는 빠지지 않고 꼭 나오는 것 같아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어느 해변이나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거니까요. 박성배 대표님의 실감 나는 묘사를 들으며, 이런 비현실적인 일의 고리가 하루라도 빨리 끊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비 고민, 장소 고민은 이제 그만!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 시작할 수 있게

현재 박성배 대표님께서는 해변 정화의 허들을 낮추는 걸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정보 안내부터 장비 공유, 활동 연결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 이 고민의 시작은 2022년이었습니다.

그때 반려해변에서 경남과 경북 코디네이터를 동시에 맡아 부산에서 울진까지 뛰어다니며, ‘이동에 쓰는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라는 현실적인 깨달음을 얻으셨대요. 사실 가장 가까운 해변에서 누구나 바로 쉽게 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가장 바람직하잖아요?

반려해변 전국대회

시/도 단위로 작은 거점이 있으면 좋겠어요.

활동하는 팀들이 ‘우리 이런 거 하고 있어요’ 하고 올리면, 정보도 주고 제안도 해주는 거죠.
장비도 거점에 모아두고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쓰고 반납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누구나 쉽게 자기 앞마당을 청소하듯 시작할 수 있는 판을 짜는 것, 그게 박성배 대표님께서 글로벌 반려해변 얼라이언스와 함께 이루고 싶은 미래라고 하셨습니다.

1명이 10번의 변화를 만든다면, 100명이 함께했을 땐 1,000번의 변화가, 1,000명이 함께 했을 땐 10,000번의 변화가 쌓이겠죠. 박성배 대표님께서 ‘누구나 쉽게’를 꿈꾸시는 이유도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더 많이 더 크게 바다에 닿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디터의 뒷이야기

당신의 마당은 어떤 모습인가요?

반려해변을 전 세계로 확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늘 고민해 왔습니다.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파트너를 어떻게 연결할지,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대체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죠. 박성배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았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누구나 자기 앞마당을 쓸듯 가볍게 집게를 들 수 있는 ‘판’을 까는 일이라는 것을요.

대표님께 바다는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일상의 마당’이었습니다. 집 앞 마당에 먼지가 쌓이면 빗자루를 들 듯, 파도가 쓰레기를 데려오면 다시 나갈 뿐이라는 그 담담함이 제게는 가장 명쾌한 답이 되었습니다. 시스템은 결국, 현장에서 묵묵히 빗자루질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존재해야 하니까요. 장비 고민이나 이동의 번거로움 같은 현실적인 장벽을 낮추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그려갈 미래였습니다.

오늘 당신이 머문 마당은 어떤 모습인가요?

거창한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일 년에 한 번, 혹은 서너 달에 한 번. 각자의 템포에 맞춰 작은 빗자루질을 시작해 보는 거예요. 그렇게 우리 각자의 마당을 찾아 가꾸기 시작한다면, 바다는 조금 더 푸른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거예요.

EDITOR Jean

EDITOR. Jean

함께한 시간이 남기는 의미를 믿으며, 우리의 오늘을 기록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