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게 쓰레빠가 와 있노
사투리도 알아듣는 음성 AI
740여 종 폐기물을 사투리로 알아듣게 만든 작은 음성 AI 이야기
안녕하세요, 에디터 Lisa 입니다.
모두의 반려해변 ‘테크 노트’ 시리즈 3편입니다. 이번에는 모두의 반려해변에 추가된 도구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활동의 마지막에서 가장 망설이던 ‘기록’이 한 마디 음성으로 끝납니다. 한 통의 사진에서 어떤 쓰레기가 보이는지 AI 가 짚어줍니다. 활동이 끝나면 16장 분량의 데이터리포트가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오늘은 세 가지 도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차근차근 보여드리겠습니다.
01“여게 쓰레빠가 와있노” — 사투리도 알아듣는 작은 AI
지난 봄 어촌 평생학습 현장에서 인상 깊은 만남이 있었습니다. 평생 동네 해변을 청소해 오신 한 어르신께서 산책 끝에 주운 쓰레기를 휴대폰 마이크에 대고 이렇게 말씀해 주셨거든요.
요 하얀 거, 다 비닐 봉다리 아이가. 봐라, 페트병 쪼가리에 과자 봉지 엉킨 거. 바람 한번 부모 몽땅 여기로 날라온다, 카이.
그 한 마디가 ‘비닐 봉지 1개’, ‘페트 분리배출 2개’ 같은 데이터로 정리돼, GPS 좌표와 함께 환경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됩니다. 어르신이 평생 쌓아 오신 ‘암묵지’ 가 디지털 데이터로 옮겨지는 순간입니다.
740여 종의 쓰레기를, 일상의 말로
이 한 마디 뒤에는 꽤 묵직한 학습 과정이 있었습니다. 모두의 반려해변 음성 AI 는 해양 쓰레기 480종 과 산림 쓰레기 260종, 모두 740여 종 폐기물 을 ‘사람의 말’ 로 알아듣도록 학습해 왔습니다. 표준어 사전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어촌의 ‘쓰레빠’ 와 ‘비니루’, 부산 영도의 ‘봉다리’ 와 ‘머꼬’, 충남 어촌의 ‘여그’ 와 ‘거시기’ 까지. 표준어 사전에는 없지만 동네에서는 자연스러운 그 말들이, 그동안 환경 데이터로 옮겨질 자리가 없었거든요.
사람의 리듬에 기술을 맞췄습니다
기술이 우리 앞에 놓일 때, 보통은 사람이 기술의 문법을 배우게 됩니다. 작은 글씨를 보려 안경을 고쳐 쓰고, 복잡한 메뉴를 외우고, “표준어로 또박또박 말씀해 주세요” 같은 안내를 따라야 합니다.
저희는 방향을 뒤집어 보기로 했습니다. 글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도, 평생 동네 말로 살아오신 어부도, 가장 편안한 한 마디 그대로 데이터를 남기실 수 있도록 만든 거죠.
나는 글은 잘 못 읽는데, 이건 그냥 말하면 되네. 내가 산책하면서 주운 쓰레기가 진짜 기록으로 남는 거가?
한 분의 한 마디가, 다음 주 사전에 한 줄로 남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한 분이 새로 가르쳐 주신 사투리는, 다음 주 음성 사전에 한 행으로 그대로 추가됩니다. 부산 영도 해변에서 “이게 머꼬” 라고 말씀하신 한 마디가, 다음 주에는 다른 분 화면에서 ‘무엇’ 으로 자연스럽게 읽히게 되는 구조입니다.
다시 말해 음성 AI 는 매주 사용자 한 분의 한 마디로부터 새로 학습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로봇이 아니라, 오래 살아오신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작은 AI 앱’ 이라는 방향입니다.
손이 흙투성이가 된 호스트도, 햇볕 아래 땀에 젖은 채로도, 한 마디면 그날의 기록이 남습니다. 거창한 장비도, 복잡한 입력 화면도, 표준어 사전도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측정의 정밀도보다 시민의 정직한 기록을 우선합니다. 사투리 음성 인식은 이 원칙의 작은 적용입니다.
02해변을 알아보는 눈, 비치스캐너
모두의 반려해변에는 매주 새로운 해변이 등록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동네 앞 해변, 어릴 적 뛰놀던 갯벌, 휴가 때 우연히 발견한 작은 포구까지. 그 많은 해변이 실제 해변인지, 어떤 쓰레기가 머무르고 있는지를 매번 사람이 확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도구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바로 ‘비치스캐너(Beach Scanner)’ 입니다. 사진 한 장만 있으면, 그곳이 어떤 해변인지, 어떤 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를 자동으로 분석합니다.
● AI 분석 중
해변 사진 한 장을 올리면, 비치스캐너는 그 사진 속 쓰레기의 형태와 수량을 분석해 줍니다. 페트병 몇 개, 어업용 밧줄이 어떻게 엉켜 있는지, 담배꽁초가 자갈 틈에 얼마나 숨어 있는지까지 짚어냅니다.
한 장의 사진이 19종 ICC 분류 표준 데이터가 되는 순간 (예시)
처음에는 사진만 찍어 보내라고 했을 때 정말 그게 되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결과를 보니, 미처 못 봤던 작은 조각들까지 다 짚어주더라고요. 든든한 동료가 한 명 생긴 기분이었습니다.
비치스캐너는 ‘정답’ 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네요’ 라고 알려줄 뿐, 마지막 확인은 늘 사람의 몫입니다.
AI 는 매번 조금씩 더 정밀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정밀도보다 먼저 지키고 싶은 원칙이 있습니다. AI 가 99% 를 맞춰도, 나머지 1% 는 사람의 정직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도구는 옆자리에 머물고, 결정은 사람의 자리에 남깁니다. 저희가 기술을 도입하는 방식입니다.
0316장의 자동 리포트, 데이터리포트 v10.1
지난 한 해 운영진에게 가장 자주 들려오던 한숨이 있었습니다. 활동을 마치고 나면 늘 따라오던 ‘보고서’ 작성 부담입니다.
활동 한 번 끝나면 보고서가 따라왔어요. 같은 내용을 매번 표로 다시 만들고, 사진 끼워 넣고, 출처 정리하고… 그러느라 다음 정화 일정 잡을 시간이 늘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 저희는 이 부담을 자동화했습니다. 활동 데이터가 쌓이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16장 분량의 리포트를 생성합니다. 측정값, 19종 분류, GPS 동선, 동료들의 한 마디까지 모두 담깁니다.
구성 비율
19종 분류 핑거프린트
월별 누적 추이
※ 카드 위에 마우스를 올려보시면, 16장의 페이지가 부드럽게 펼쳐집니다
리포트는 GRI·SASB·TCFD 같은 국제 보고 기준에 맞춰 설계됐습니다. 사회책임 트랙 단체는 이 리포트를 그대로 조직 내 보고에 활용하실 수 있고, 국민참여 트랙 단체는 활동 흐름을 한눈에 보는 대시보드로 쓰실 수 있도록 두 갈래로 나눠 뒀습니다.
리포트는 활동을 마치는 자리 가 아니라 시작하는 자리 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무엇을 어디서 얼마나 정화했는지, 다음 한 해는 어디로 향할지를 함께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준비하며 지난 봄 동안 저희가 만든 도구 세 가지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어촌에서 들려오는 “여게 쓰레빠가 와있노” 한 마디, 부산 영도에서 들려오는 “이게 머꼬, 스띠로폼인가” 한 마디, 그리고 사진 한 장으로 해변을 자동 분석하는 비치스캐너까지.
거창한 기술은 아닙니다. 해변에서 활동하는 참여자의 손과 시간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옆에 둔 작은 도구입니다.
장마가 시작되는 이맘때, 우산 잘 챙기시고 미끄러운 길에서 안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는 도구를 직접 써본 사용자의 더 생생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오늘도 푸른 하루 보내세요!